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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종교

한기총·한교연 통합, 가능할까

절차적 미숙함 보인 한교연과 정확한 문제해결 않는 한기총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이하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교연)의 통합이 급물살을 타는 듯 했으나 이내 제자리걸음인 모습이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지난 12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기총·한교연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두 연합단체의 통합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교계 인사들과 취재진들이 참석했다. 마치 실질적인 통합을 발표하는 자리인 것처럼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양 기관은 기자회견에서 ‘통합’ 선언이 아닌 통합 ‘추진’ 선언을 했고 이는 기존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교연, 내부 의견조율 없이 무리하게 합의했나

지난 4일 양 기관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정서영 목사와 통합추진위원장 엄기호 목사, 고시영 목사 등은 모임을 갖고 통합합의서에 서명한 후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을 선언키로 했다.

하지만 11일 한교연 인사들은 임원회에서 “한기총 내 개혁총회 류광수 목사에 대한 문제가 선결되지 않는 한 통합선언은 의미가 없다”며 “개혁총회의 회원권 문제가 정리가 되지 않으면 통합을 유보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 결과 한교연은 줄곧 주장해온 ‘선 이단문제 해결 후 논의’라는 입장을 다시 밝혔고 기자회견도 ‘통합 선언’이 아닌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으로 명칭으로 바꿔 진행키로 결의했다. 애초 합의된 바와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는 한교연 내부에서 양 기관 통합에 대한 정확한 의견 조율 없이 정서영 목사와 고시영 목사가 합의서에 서명을 하며 무리하게 일을 추진한 결과로 보인다. 한교연의 절차적인 미숙함이 드러난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두 인사가 한교연 전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좀 더 신중히 행동했어야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통합 가로막는 이단문제, 같은 실수 반복하는 한기총

한교연이 이단문제가 선결돼야 통합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한기총은 이 문제에 대해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이영훈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류광수 목사로부터 받은 각서의 내용을 설명하며 한교연이 요구하는 문제가 해결된 듯한 발언을 했다.

이 목사는 “지난 1월 류광수 목사의 세계복음화전도협회가 한기총을 탈퇴했다. 그리고 4월 11일 류 목사가 본인이 한국 교회 통합에 어려움을 주는 일이 없도록 연합단체나 교단에서의 활동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류 목사가 본인이 한걸음 물러서 한국 교회가 통합이 되기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한국 교회의 지도를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했기에 한교연이 요청하는 내용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교연이 개혁총회의 활동 ‘자제’가 아닌 ‘탈퇴’를 요구했지만 이 목사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모습이었다.  

이영훈 목사는 매번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당장 눈앞에 있는 급한 불만 끄고 있는 모양새다. 이 목사가 한교연이 오래전부터 지적해왔던 이단문제를 진작 해결했다면 한교연도 반복해서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을 텐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는 듯하다.

말뿐인 통합 아닌 실질적인 통합, 과연 될까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표면적으로 두 단체는 통합을 위해 애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한기총은 탈퇴가 명시되지 않은 류광수 목사의 각서를 토대로 이단문제를 해결하려는 상태고 한교연은 류광수 목사가 소속된 개혁총회의 확실한 회원권 정리 후 통합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두 단체는 기존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주장을 내세우고 있기에 실질적인 통합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