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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종교

어영부영 끝나버린 기하성 교역자 연금공제회 설명회

참석한 일부 목회자들 문제제기하며 불만 토로

 

 

계속된 질의에 회의 끝나기 전 자리 뜬 이사장 이영훈 목사
순식간에 난장판 된 설명회, 서둘러 마무리하며 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교단 소속 목회자 2,200여명이 가입한 재단법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교역자연금공제회(이사장 이영훈 목사, 이하 연금공제회)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동11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목사 이영훈)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서 연금공제회 측은 가입자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총31회에 걸쳐 박성배 목사(기하성 서대문 증경총회장)와 서상식 목사(전 이사장)가 삼성생명에 예치돼있는 보험료 수십억을 대출받아 횡령한 사건과 관련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사장 이영훈 목사는 “박성배 목사와 서상식 목사가 받은 대출금 84억 원 가운데 원금손실액은 46억 원이다. 여기에 발생된 이자 20억 원까지 합해 실제손실액은 총 66억 원”이라며 “원금손실액 46억 원은 서 목사가 교회건축헌금으로 8억 원, 박 목사가 순총학원 기금으로 30억 원을 가져갔고 재단법인 기하성 계좌로 8억 원이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목사는 “현재 서 목사는 횡령한 원금에 이자 2억 원을 더해 총 10억 원을 변제키로 했고 재단법인 기하성 박광수 이사장은 기소된 상태다. 박성배 목사는 재판 중에 있으며 연금공제회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박 목사에게 피해액을 받아낼 것”이라고 했다.

이후 최길학 목사(사무총장)가 경과보고, 고경환 목사(감사)가 감사보고를 하며 설명회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이어진 참석자들의 질의와 여러 문제제기에 결국 설명회는 순탄치 않게 흘러갔다.

기하성 서대문 측 총회장 정동균 목사는 재단법인 기하성(이사장 박광수 목사) 통장으로 들어온 8억 원이 박광수 목사와 관련이 없음에도 연금공제회 측에서 원금 회수를 위해 재단 통장과 서대문 측 소속 교회인 서울남부교회(담임목사 정동균)를 가압류하는 등 잘못된 행동을 했음을 주장했고 서대문 측의 한 목회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임원들의 책임을 물었다. 이외에 또 다른 목회자는 연금공제회 월 운영비와 관련해 세부내역을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최길학 목사가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연금공제회 측,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사실 이해와 설명 부족하다는 지적 받아   

먼저 정동균 목사는 “원금손실액 46억 원 중 재단법인 기하성 통장으로 입금된 8억 원은 박성배 목사 개인이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목사는 “당시 재단법인 기하성 통장은 김경철 목사가 이사장일 때 개설된 것으로 박성배 목사의 개인통장이었다. 통장내역을 보면 8억 원은 모두 박 목사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인출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최길학 목사는 현 이사장인 박광수 목사에게 8억 원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어느 자료에도 박광수 목사 이름은 없다. 그러나 연금공제회는 이 사실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가압류와 본안소송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지난 5월 총회에서 여의도 측과 서대문 측의 통합도 무산됐던 것”이라고 했다.

이에 고경환 목사는 “지난 연금공제회 이사회에서 이영훈 목사가 정 목사 측 가압류를 풀어주자고 했다. 하지만 일부 이사들이 이걸 풀어주면 배임이 된다고 해 하지 못했다”며 “정 목사의 말이 맞으면 가압류할 이유가 없다. 바로 사실을 확인해서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또한 정 목사는 연금공제회가 앞으로 진행할 삼성생명과의 소송에 대해 가입자들에게 정확한 상황 설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목사는 “연금공제회 내부감사자료에 의하면 당시 대출금 사고가 발생한 보험은 변액연금보험으로 이사회의 승인 없이 약관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즉, 당시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은 서상식 목사도 대출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앞으로 삼성생명과 재판을 진행하면 조정을 해야 할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때 연금공제회는 원금손실액 66억 원 중에서 얼마를 보상받을지 모른다. 또한 최악의 경우 재판에서 패소할 수도 있다. 승소할 상황 외에 이런 부분도 가입자들에게 자세히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앞서 최길학 목사는 삼성생명과의 소송에 대해 “여기서 잘되면 이자뿐 아니라 잃어버렸던 부분(원금손실액)을 더 회수할지도 모른다. 부정적인 말은 하지 말고 기도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이밖에도 정 목사는 이영훈 목사가 재단법인 기하성과 관련해 “박광수 목사가 기소됐다”고 말한 것이 잘못된 정보였음을 지적하며 현재 박 목사의 고소장이 서울동부지검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연금 정상 지급 되려면 247억 원 필요” vs “156억 원으로도 충분”

 

 

 

정동균 목사는 손실된 원금 46억 원으로 인해 앞으로 연금공제회에서 정상적인 연금이 지급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의도 했다.

정 목사는 “연금공제회 운영규칙을 보면 개인연금은 130퍼센트를 지급받게 돼있다. 내부감사자료에 의하면 현재 개인 및 교회불입액을 합친 누적불입액은 190억 원이다. 여기에 연금공제회의 기본재산 35억 원이 더해지면 총 원금잔액은 225억 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원금손실액 46억 원으로 인해 현재 원금잔액은 150억 원뿐”이라며 “가입자들이 제대로 연금을 받으려면 원금잔액은 누적불입액 190억 원의 130퍼센트인 247억 원이 있어야한다. 그런데 연금공제회에서는 어떤 근거로 연금이 제대로 지급된다고 말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자 이영훈 목사는 “연금공제회에서 지급되는 연금은 개인불입액의 130퍼센트다. 그렇기에 원금잔액은 누적불입액 190억 원에서 교회불입액 7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개인불입액 120억 원의 130퍼센트인 156억 원만 유지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목사는 “타교단의 연금과 달리 우리교단에서는 개인불입액 130퍼센트에 추가로 교회불입액 더해져 연금이 지급된다. 그렇기에 가입자들은 실질적으로 본인이 낸 비용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는다”며 “내가 이 내용을 보고받는 상황에서 오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부감사자료에 나와 있는 수치는 모두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수년간 관리했음에도 횡령사건 몰랐던 임원들, 눈 뜬 장님과 같아”

정 목사에 이어 서대문 측의 한 목회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사장 이영훈 목사를 비롯한 연금공제회 이사들의 책임을 물었다.

그는 “이런 엄청난 금융사고에 이사장을 비롯해 모든 이사들에게 책임을 통감한다던지 도외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이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연금공제회 임원들이 여러해 동안 보고를 받고 감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고를 몰랐다는 것은 눈 뜬 장님과 같다”고 했다.

그러자 이영훈 목사는 “내가 처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했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또 책임을 묻는다면 재단법인 기하성도 마찬가지다. 박성배 목사와 서상식 목사가 가져간 8억 원을 7년 동안 모르고 있다가 이제 와서 박 목사의 대포통장으로 입금됐다고 말하는 건 재단법인 기하성도 관리감독을 잘못했다는 말이다. 결국 똑같은 입장 아닌가”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곧이어 이 목사는 “눈 뜨고도 도둑을 잡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 충분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횡령자금이 회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연금공제회 월 운영비 내역 요구 하자 발끈한 사무총장 최길학 목사

이날 설명회에서는 횡령사건과 관련한 질문 외에 연금공제회 운영비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한 목회자는 앞서 이영훈 목사가 상황설명을 할 때 “연금공제회 1년 운영비가 6억 원이 넘는다는 자료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운영비는 직원 급여를 포함해 월 2천만 원이 넘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 대해 자세한 내역을 물었다.

이에 이영훈 목사는 직원 급여와 사무실 운영비라고 답변했고 일부 참석자들은 그 내역을 더 정확히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최길학 목사가 “자료를 정확히 준비하지 못했다. 추후에 내역을 정리해 나눠주겠다”고 했고 참석자들은 “고정 지출액인 급여와 사무실 임대료를 왜 말하지 못하냐”며 항의했다.
 
이어 최 목사는 연금공제회 측 직원에게 자료를 받아 손익계산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이 알고자하는 명확한 답변은 없었다. 

이에 박승학 목사(연금대책특별위원)가 “최 목사를 포함한 연금공제회 직원 세 명의 인건비는 년간 1억 4천만 원”이라고 밝히며 직원 개개인의 월급을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최길학 목사는 박 목사의 말을 끊고 그의 발언이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이 말을 자꾸 들으면 안 된다. 손익계산서에 인건비가 그렇게 나와 있지 않다”면서 박 목사를 향해 “지금까지 재판에 한 번도 도움준적 없지 않냐, 연금공제회에 도와준 것 하나 없다”고 소리쳤다.

현장에서는 흥분한 최 목사를 진정시키려는 사람들과 발언을 이어가려는 박 목사, 이를 마무리하려는 사회자 함동근 목사 등으로 인해 난잡한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함 목사는 “순서상 설명회는 마쳤기에 하고 싶은 말은 끝나고 하라”며 설명회를 서둘러 마무리했다.

한편 이영훈 목사는 이날 회의 도중 나가버려 일부 참석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에 몇몇 참석자들은 자리를 뜨며 “이사장도 없는데 무슨 얘길 하겠다는 거냐”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여러 문제 제기된 연금공제회, 정상 운영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결국 설명회는 어영부영 끝이 났고 이날 현장에서는 연금공제회의 현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듯했다. 앞으로 연금공제회가 정상적으로 운영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