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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종교

기자수첩/ 한기총 선거 과연 깨끗했나?

 

지난 24일 치열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이하 한기총)의 대표회장 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에는 엄기호 목사(기하성여의도), 서대천 목사(글로벌선교회), 김노아 목사(=김풍일 목사, 예장성서)가 출마했고 후보 등록 전에는 더 많은 인사들이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한기총은 ‘불법 및 금권선거 대책을 위한 추가 방안’을 발표하는 등 과열 양상을 막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이용규 목사, 이하 선관위)는 선거 내내 소극적인 자세로 불법선거운동을 조사하지도, 마땅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A후보는 총회대의원들을 상대로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타 후보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 선거관리규정을 어겼다. 이에 대해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선관위는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자 또 다시 A후보는 자신의 후보 출마 기자회견 성명서를 교계 언론에 전면광고로 게재하는 등 불법선거를 이어갔고 선관위는 역시나 같은 태도로 일관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는 “선관위가 소송이 무서워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문제와 의혹제기에도 선관위는 묵묵부답이었다. 오히려 선관위는 “후보자의 불법선거에 대한 고발은 총회대의원에 한해서만 가능하며 고발장 접수 시에만 선거관리위원들이 처리하기로 한다”는 명분을 만들어 이를 내세웠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세워진 선관위는 그저 소극적인 자세로 아무런 소동 없이, 문제없이 그냥 무사히 선거가 치러지기만을 바라는 모습이었다.  

한술 더 떠 선관위원장 이용규 목사는 임시총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발언도 했다.

그는 “세 후보가 아주 공명선거에 협조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번 한기총 선거는 역사에 남을 아주 깨끗하고 정말 모든 사람들에게 칭찬받을 만한 선거가 됐음을 (총대) 여러분들이 인지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 목사는 도대체 어떤 부분을 보고 깨끗한 선거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던 것일까. 누가 봐도 이번 선거는 선관위만 눈 감아 준 불법으로 얼룩진 깨끗하지 못한 선거였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를 그저 좋게 포장해 여론을 형성하려는 이 목사의 발언은 그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말이었다. 실망감만 불러일으킨 모습이었다. 

이제 5개월 뒤 한기총은 제24대 대표회장 선거를 치르게 된다. 앞으로 임명될 선관위원들은 부디 이번과 같은 일이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공정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다가올 선거는 선관위 자체가 아닌 외부에서 “이번 선거는 정말 깨끗했다”고 평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