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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종교

해설/ 한기총과 한교총 통합 가능한가?

‘이단 문제 해결’과 ‘한기총 내 군소교단의 위기감 해소’가 관건
한기총에서 김노아 퇴출될 경우 통합 논의 급진전 될 수 있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이하 한기총)와 한국교회총연합(공동대표회장 최기학·전계헌·전명구·이영훈 목사, 이하 한교총)은 단체 통합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3일 양측 통합추진위원들은 CCMM빌딩에서 만나 “7·7정관을 기본 골격으로 하되 그 당시 가입된 교단은 특별한 이의 제기가 없으면 그대로 인정하며 그 이후 한교총·한기총 가입 교단은 인정하되 문제가 되는 교단은 재심의하며 받아들인다”고 합의서를 작성했다.

‘통합 합의서’가 작성됐으니 이제 연합단체의 통합은 시간문제인 것일까? 선례를 보면 낙관적이지 않다. 7·7정관을 기본 골자로 통합을 이루자는 합의서는 이전에도 작성된 적이 있으나 통합은 진척되지 못했다. 한기총과 한교연(현 한기연)은 2017년 4월 12일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을 위한 선언문을 작성한바 있다. 당시 내용 역시 2018년 4월 3일 한교총과 한기총이 작성한 합의문과 대동소이하다. 그때도 현 한교총 인사들이 기자회견에 함께 나와 축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럼 한기총과 한교총의 이번 통합 작업은 그때와 어떻게 다를까? 비교해 보면 별로 다를 것이 없다. 당시에도 한기총 대표회장(당시 대표회장은 이영훈 목사)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통합을 추진했다. 소송에서 질 경우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가 날아가기에 어떻게든 빠르게 통합을 추진한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현 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도 직무집행정지가청분 소송을 당한 상태다. 이영훈 목사 때처럼 가처분 소송에서 패하면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가 날아간다. 그렇기에 엄 목사도 단체 통합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체 통합을 낙관적으로 보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양측에 확인한 결과 한교총 측은 한기총을 향해 “한기총 내 이단문제 해결을 한 후 통합하자”는 입장이고 한기총 측은 “우선 통합한 후 이단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이전부터 한기총과 다른 연합기관이 통합 논의를 할 때마다 되풀이 되는 것이다. 한교총 입장에서는 회원 교단에서 이단성이 있다고 판단했거나 현재 이단성 조사가 진행 중인 인사가 활동하고 있는 한기총에 문제 해결 없이 합류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예장통합 교단은 김노아(개명 전 이름 김풍일)씨에 대해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했고 예장합동 교단은 김노아 씨에 대해 이단성 조사 중인데 이런 문제 있는 사람을 내보내지 않은 채 일단 단체를 합치고 함께 활동하기로 한다면 교단 내에서 질타가 쏟아질 것이 뻔하다. 또한 한교총은 출범 선언을 할 때 이단 문제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기에 이단 문제가 선결되지 않는 이상 한기총과 통합을 진행하는 것은 명분상으로도 맞지 않다.

한기총도 통합에 대한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 12일 열린 한기총 임원회에서는 이태희 목사가 통합추진위원장이 돼 한교총 측과 통합 합의서를 작성한 것에 대한 질타가 나왔다. 임원회에서 추인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통합추진위원장이라고 하며 한교총 측과 통합 합의서를 작성했냐는 것이다.

이는 표면상 절차 문제를 지적한 것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한교총과 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는 기류가 강하다. 겉으로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단체를 통합할 경우 대형교단 위주의 한교총 세력이 들어오면 주도권을 뺏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기총은 군소교단 위주로 이뤄져 있기에 구성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한교총은 통합을 긴급하게 추진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한기총과의 통합 필요성은 확실히 느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교총은 법인화 되지 않은 임의단체이지만 한기총은 다르기 때문이다. 한기총은 역사성이 있고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법인이며 정부가 상대하는 단체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의 유일한 기독교 회원단체이기에 ‘네임벨류’가 있다.

반면 한기총은 네임벨류는 있지만 대형교단이 대부분 빠져나간 상태여서 껍데기뿐이다. 대형교단이 참여해야 다시 힘을 얻을 수 있기에 통합이 필요하다. 특히 엄기호 대표회장은 한기총 내부인사로부터 직무정지가처분 소송을 당해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통합을 이루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양측은 통합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있다. 하지만 ‘선 통합 후 이단문제 해결’이냐 ‘선 이단문제 해결 후 통합’이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고 한기총 내 군소교단들을 어떻게 달랠지도 관건이다.

변수는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 김노아 씨에 대한 학력 문제와 목사안수 문제가 드러나 현재 한기총 내에서는 김노아 씨와 그의 교단을 한기총에서 퇴출시키려는 분위기가 강하기에 김노아 씨 문제가 해결될 경우 통합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만약 김노아 씨 세력이 한기총에서 퇴출된다면 ‘선 이단문제 해결 후 통합’ 조건이 완성된다. 그럴 경우 한교총 측이 한기총 내 군소교단들의 위치와 권리를 크게 보장하는 협상안을 제시한다면 통합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한기총이 이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통합의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이 이전처럼 이단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지 아니면 결단을 내리고 통합의 물꼬를 틀지 기독교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