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몽촌토성(사적 제297호)에서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고대 도로 유적이 발굴됐다. 조사결과 이 도로는 백제에 이어 후대인 고구려, 통일신라 역시 개축해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은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발굴 조사 중인 몽촌토성의 북문지 일원 조사에서 북문지 안쪽에서 삼국시대 포장도로 5기와 수혈유구(竪穴遺構, 지면에서 곧게 내려 판 굴모양의 터) 18기, 구상유구(溝狀遺構, 고랑 모양의 터) 1기가 발굴됐다고 밝혔다.
북문지 바깥에서는 삼국 시대 도로 1기, 통일신라 시대 도로와 함께 수레바퀴ㆍ사람ㆍ소의 발자국 흔적 등이 조밀하게 분포한 생활면 유구 등이 확인됐다.
몽촌토성 북문지 안쪽에서 확인된 5기의 삼국 시대 도로는 격자상으로 구획된 포장도로로 확인됐다. 특히, 북문지의 문도(門道)와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1호 도로는 백제가 최초 조성한 후 그 위에 한 차례 더 도로를 개설하여 사용했던 중층도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곳은 북쪽 측구(側溝, 도랑)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진행하는 또 다른 도로와 측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1개의 도로가 3개의 노면으로 이루어진 1로 3도(1路 3道)일 가능성이 크며, 백제가 사용한 하층도로와 중층도로를 고구려 역시 증개축(增改築)하여 사용하는 등 시기별로 총 세 차례에 걸쳐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1호 도로의 백제 상층도로는 북쪽으로 약 20m 정도 떨어져 있는 2호 도로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 백제 상층도로에 덧붙여 축조된 고구려 이후 시기의 도로는 북문지 안쪽에서 현재의 회전교차로와 같이 말각방형(抹角方形,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으로, 회전하는 형태이다.
따라서 북문지 안쪽에는 회전교차로와 같이 도로를 축조하여 성 안팎으로 출입을 원활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구조와 규모의 도로는 우리나라 고대 도성 유적에서 최초로 확인된 유구이다. 아울러 1호 도로는 북문지 바깥으로 이어져 풍납토성(북성)으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백제와 고구려시대 토기 등 유물도 다수 출토됐다. 그 중에서도 7호 수혈유구에서는 백제 직구단경호(목이 짧고 입이 곧은 항아리)의 어깨 부분에 '관(官)'이라는 글자를 좌서(左書, 왼쪽과 오른쪽이 바뀐 글씨)로 찍은 토기 조각이 출토됐다.
1980년대 조사에서도 광구장경사이호(입구가 넓고 목이 길며 손잡이가 4개인 토기)등의 고구려 토기들이 다수 출토되어 고구려가 이곳을 점유ㆍ활용하였을 가능성이 제기됐었는데, 이번 조사결과를 통해 고구려가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도로와 성토(盛土)대지, 수혈유구 등까지 확인됨으로써 이러한 가능성을 좀 더 구체화 할 수 있는 자료들이 확보됐다.
박물관 측은 앞으로도 몽촌토성에 대한 장기적인 발굴조사와 연차적인 연구 조사를 통해 2000년 전 백제의 왕도인 서울의 백제역사 복원과 조명을 이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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