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회서 박 대통령 깃발, 탄핵무효 주장하는 팻말 곳곳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이하 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교연)이 공동주최한 ‘우리나라 대한민국 지키기 3.1만세운동 구국기도회’가 1일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열렸다.
이날 기도회에는 각 단체의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와 정서영 목사를 비롯해 △이태근 목사(한기총 공동회장) △이용규 목사(한기총 증경대표회장) △김요셉 목사(한교연 초대대표회장) △고시영 목사(한교연 통합추진위원장) △엄진용 목사(한기총 총무) △길자연 목사(한기총 증경대표회장)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번 기도회는 행사 전부터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와 연관된 행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여러 언론을 통해 제기된바 있어 기도회를 바라보는 교계의 시선이 좋지만은 않았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이와 관련해 “구국기도회는 탄기국과 상관없는 순수한 집회”라고 주장했으나 이날 구국기도회의 현장상황을 지켜본바 친박 단체인 탄기국과 연관된 행사라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교계행사에 박근혜 대통령 깃발 등장
이날 행사는 11시부터 2시까지 한기총과 한교연 주최로 구국기도회, 2시부터는 탄기국 집회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구국기도회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깃발과 故박정희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깃발 등이 등장했다.
이는 탄기국 집회 참석자들이 미리 도착해 구국기도회에 참여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탄핵각하’란 팻말을 든 참석자들은 기도회 초반부터 단상 앞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이밖에도 ‘탄핵무효’, ‘좌파척결’이라는 팻말을 든 사람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기도회에는 위와 같은 깃발 및 팻말들과 함께 명일교구, 은평교구, 종로교구 등 특정 지역의 교회 성도들을 뜻하는 깃발이 함께 섞여 이로 인해 탄기국과 연관돼 있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같은 무대 사용하며 현수막만 바꿔치기
같은 무대 사용하며 현수막만 바꿔치기
이날 구국기도회와 탄기국 집회는 각각 다른 시간에 진행됐지만 같은 무대를 사용하며 현수막만 바꾼 채 행사가 진행돼 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두 단체의 행사가 엄연히 다른 행사라면 장소는 겹칠 수 있어도 동일한 무대를 사용한 것은 이상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탄기국은 지난 27일 조선일보에 ‘3.1절 98주년 대한민국의 역사가 바뀐다’라는 제목의 신문광고를 게재해 자신들이 주관하는 행사인 탄기국 집회와 함께 한기총과 한교연이 주관하는 구국기도회를 홍보하기도 했다.
또한 한기총과 한교연의 기도회가 끝난 후 이어진 탄기국 집회에서 사회자는 “이번 구국기도회 1부 행사를 진행해주신 이태근 목사님께 큰 박수와 함성을 보내주시기 바란다”는 멘트를 해 마치 구국기도회와 탄기국 집회가 하나의 행사지만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된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의혹에 한기총과 한교연 관계자는 앞서 모 언론을 통해 “구국기도회는 탄기국 집회와 전혀 무관하고 정치적 성향이 없는 순수한 기도회”라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날 기도회에서 광고를 맡았던 엄진용 목사도 “오늘 행사는 3.1절 기도회며 기독교 순수의 집회”라고 강조했다.
이영훈 목사 “공산주의는 절대 안 돼”
한편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이날 기도회에서 ‘진리와 자유’란 제목의 말씀을 전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설교의 내용은 3.1절과 관련된 것보다 북한의 공산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날 이 목사는 설교를 통해 “이 땅에 공산주의는 사라졌지만 북한에는 아직도 독재정치가 살아있다. 북한의 지도자는 고모부와 친형을 죽인 사람”이라면서 “공산주의는 절대 안 된다. 공산주의는 망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 동포들에게 예수님을 전해야 한다. 예수님만이 민족의 희망”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참석자들은 “이영훈 목사가 설교에서 ‘공산주의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한 것은 최근 SNS상에 퍼진 북한과 관련한 자신의 루머에 대해 해명하는 발언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반면 이영훈 목사는 본인의 SNS 악성 루머와 관련해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나를 음해하는 각종 음해성 게시물이 퍼지고 있는 것에 대해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의 윤곽이 드러났으며 이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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